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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국가 통신망이 불안하다

SSD 광장 2007. 10. 4. 23:45
국가 통신망이 불안하다
잇따른 통신망 장애 발생…무엇이 문제인가
통신방송팀 it@inews24.com
8월7일 LG데이콤-LG파워콤 초고속인터넷 장애. 8월10일 KTF 통화 장애. 8월18일 하나로텔레콤 초고속인터넷 장애. 8월20~21일 SK텔레콤 무선인터넷망 장애. 10월2일 KTF 통화 장애…

최근 몇 달 새 발생한 통신망 장애 현황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 이 정도다. 비공식적인 통화 장애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망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장애는 국가 운영과 국민 생활에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최근 빈발하는 통신망 사고와 관련, "이러다가 2003년 전국 인터넷을 마비시킨 '1.25 인터넷 대란' 같은 대형 통신망 재난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신 사업자들의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장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통신 장애 현황(출처:각사)

일시 장애 기업 장애 현황 원인
8월7일 오전6시30분~7시39분 LG데이콤, LG파워콤 서울 용산 및 경기 안양 지역 초고속인터넷 불통 라우터 운영체계 결함
8월10일 오전 6시30분~8시40분 KTF 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 WCDMA 불통 네트워크 인증 시스템 과부하
8월18일 오전 9시30분~9시50분 하나로텔레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남부지역 초고속인터넷 불통 라우터 운영체계 결함
8월20일12시부터 2시간, 8월21일 17시부터 1시간 SKT 영등포, 관악, 마포 등 서울 일부. 수도권 서부지역 WCDMA 무선인터넷 장애. 서울 성수 사옥 WCDMA 데이터 장비 과부하
10월3일 오후 3시30분~8시13분 KTF 경기 남부 지역 WCDMA 불통 WCDMA 교환기 과부하


◆ '질보다 양'…가입자 확대 경쟁이 근본 원인


잇따른 통신망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은 트래픽 폭주. 하지만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은 품질 안정화는 뒷전인 채, 무분별한 가입자 확대 경쟁에만 몰두한 것이 화를 불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해 들어 KTF와 SK텔레콤은 앞다투어 3G 전국망을 구축하고 이동전화 가입자 확대에 나섰다. 2G에서 2위였던 KTF는 3G에서 1위를 탈환한다는 목표아래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했고 SK텔레콤도 이에 뒤질세라 막대한 물량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인프라 투자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두 달 사이 2번이나 장애가 발생한 KTF의 경우 2분기까지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7천800억원.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회사의 올해 3G 망 투자 예산은 6천 400억원이다.

지난 9월29일 KTF는 '쇼'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0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경기 남부 지역에서 몇 시간째 '쇼' 통화가 불통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에서는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서비스 안정화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초고속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부터 LG파워콤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뛰어들면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바야흐로 '마케팅 전쟁'의 시기를 맞은 셈이다.

LG그룹은 계열사간 '협조' 차원이라곤 하지만 계열사 직원당 가입자 모집을 할당키도 했다. 수개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상대방 가입자를 뺏어오는 경쟁에만 몰두했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터져나오는 서비스 장애에 대해 업체들은 통신장비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장애의 원인은 찾지 못한다.

8월 초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장애를 일으킨 LG데이콤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의 장애에 따라 최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 장애를 해소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높은 외산 장비 의존도…대책 마련 시급

8월 LG데이콤-LG파워콤,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장애나 최근 발생한 KTF의 쇼 통화 장애는 모두 외산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통신 업체들은 장비를 재부팅하고 외국의 엔지니어를 기다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초고속인터넷 장애는 모두 시스코시스템즈의 최신 백본 라우터 장비인 CRS-1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1일 후 하나로텔레콤에서 유사한 장애가 발생했다. 그 때까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은 라우터 운영체계(OS)의 결함이라는 것 이외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문제가 발생한 운영체계에 소프트웨어 패치를 한 것은 처음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난 9월 초였다. 외국 기업이 패치를 업데이트할 때까지 우리나라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손을 놓고 기다려야 했다.

경기 남부에서 발생한 KTF의 쇼 통화 장애는 이 지역에 WCDMA 장비를 공급했던 LG-노텔의 교환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노텔은 LG전자와 노텔의 합작 회사이지만 WCDMA 주요 장비는 노텔 측에서 공급했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까지에는 2~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G-노텔은 KTF 뿐 아니라 SK텔레콤에도 WCDMA 장비를 공급했다. 언제든지 SKT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LG-노텔은 작년 9월 WCDMA 부문을 알카텔-루슨트에 매각하면서 현재 인력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장애가 발생할 경우 신속 정확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초고속인터넷 백본 라우터는 시스코시스템즈와 주니퍼 등 100% 외산 장비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국내 WCDMA 장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노텔이 양분하고 있다. 통신 장비에서 외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문제 발생 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도 통신장애 문제삼을 듯

정책당국의 통신장애에 대한 대처도 안일한 형편이다. 정통부는 지난 2일 4시간 가까이 수도권 지역 가입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KTF 통신장애에 대한 조사 여부마저 미적대는 상황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사실확인 조사는 나중에 하지만 당장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들의)보고된 내용에 특이한 사안이 없으면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전세계 최고 수준인 '2세대' 서비스에 닿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고 답할 정도다.

그동안 정부와 사업자들은 영상통화가 가능한 3G 서비스를 내놓으며 "2세대 서비스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통해 끊김없는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부추겨 놓았지만, 정작 통화불통 등의 사고가 터지자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는 셈이다. 원인을 엉뚱하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하반기 들어 잇따라 발생한 통신망 장애에 대해 국회도 주목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통부에 최근 발생한 통신망 장애의 현황과 조치에 대해 자료를 요청한 상태.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실은 "최근 일련의 통신망 장애에 대해 정통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며 "국가 기간통신망에서 외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장애 시 처리 절차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