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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대전’ 최후 승자는?]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잊어라 - 통신시장

SSD 광장 2009. 4. 22. 13:07

[‘통신 대전’ 최후 승자는?]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잊어라 - 통신시장 어디로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09.04.22 11:48

 

지난 1월 20일 통신 시장에는 하나의 큰 사건이 일어났다. 유선 시장의 1위 사업자인 KT와 이동통신 시장에서 약 3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KTF가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KT·KTF 합병으로부터 촉발될 경쟁사의 통합 작업은 금년 하반기에서 내년 하반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오는 3분기까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이 합병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사업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별개의 법인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특히 피합병 법인이 될 LG파워콤의 지분 구성이 LG데이콤(40.9%) 한국전력(38.8%) SK텔레콤(4.5%) POSCO(4.5%)로 단순해 한국전력의 동의만 얻으면 양사 간 합병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통합 작업 역시 내년 하반기까지는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인 KT가 유선통신과 이동통신 고객 정보를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결합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합병 전에는 SK브로드밴드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SK텔레콤 입장을 고려한다면 역시 합병은 피할 수 없는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장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통합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 문제, 경쟁사의 시너지 효과, 영업 측면에서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우선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텔레콤 유통 자회사의 설립은 양사의 합병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이해된다. 설립되는 유통 자회사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결합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이전에 SK텔링크 처리 방향, SK네트웍스의 전용 회선 사업 인수 등도 주목해야 하는 변수다. SK텔링크는 SK브로드밴드와 사업 영역이 중복된다. SK네트웍스의 전용 회선 임대 사업 역시 SK브로드밴드로서는 꼭 필요한 사업 영역이다. 이러한 계열사 간 통합 작업 역시 내년까지는 완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동전화 '황금률' 깨질 수도
KT·KTF 합병 이후 기존의 이동통신 3개사, 유선통신 3개사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 경쟁하게 되고 유선통신 시장에서는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LG파워콤이 경쟁하게 된다. 여기에 금년 말에 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 내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합병을 완료하면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KT LG텔레콤이, 유선통신 시장에서는 KT SK텔레콤 LG데이콤이 경쟁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쟁 양상은 이동전화 '안정', 유선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과열'로 정의될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이후 안정화되고 있다. 순증시장점유율과 전체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과거와 같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마케팅 비용을 늘릴 만한 동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어쩌면 시장점유율의 황금 비율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유선통신 시장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큰 폭으로 변화 중이다. 순증시장점유율과 전체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크며, 이에 따라 순증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G파워콤과 SK브로드밴드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으로 인한 사업자 간 경쟁 구조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쟁 방정식 또한 의미가 없어진다. 이동전화 시장의 균형 상태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물론 유선통신 시장에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과열 경쟁 구조 역시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 균형 붕괴의 촉발은 역시 KT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KT그룹의 매출 구조를 살펴볼 때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이동통신과 IPTV 정도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선전화의 급격한 매출 감소를 보충할 수 있는 단기적인 처방은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달려 있다. 2011년 이후에는 SK텔레콤의 800MHz 대역에 대응하는 저주파 대역 기반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가입자 유치 경쟁 정점은 '2010년'
성장 정체, 이익 감소 등으로 현 상태가 지속되면서 KT그룹 입장에서는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LG 혹은 SK브로드밴드 등 후발 사업자의 공세에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사업과 같은 기존 KT의 캐시 카우의 영역이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체질 강화 등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는 구조조정 없는 합병을 선택했다. 합병이라는 카드가 선택된 만큼 유선 사업 영역에서의 과열된 시장점유율 경쟁은 이제 이동전화 시장으로까지 전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그룹은 이동통신과 IPTV에 그룹의 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그룹과 LG그룹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유선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선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경우 이동통신 시장보다 적은 비용 투입으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동전화 시장에서 KT가 마케팅 경쟁을 촉발할 경우 SK그룹과 LG그룹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매우 공격적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KT 합병 이후 시장 경쟁 구조는 현재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순하게 접근하더라도 시장의 플레이어가 감소하지 않는 인수·합병(M & A)은 기존 시장 참여자의 이익 배분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합병을 통해 시장의 파이가 확장되는 구조가 아니고 오히려 경쟁 비용이 증가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2010년 이후 통신 업종의 수익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가입자 유치 경쟁은 2010년에 정점을 찍고 2011년 이후에는 재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제로섬 경쟁 특성상 통신 업체 간의 경쟁은 지속될 수 있는 변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차례 심한 경쟁을 겪고 난 이후에는 각 사업자가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방송 영역으로의 확대, 해지율 및 마케팅 비용 하향 안정화 등의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남곤·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