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아직 상용화 가능성 낮아"
유기물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3년내 상용화 가능성을 놓고 학계와 산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1월 광주과학기술원의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센터장 앨런 히거 미국 산타바바라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오는 2010년 `플렉서블 유기 태양전지'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코오롱그룹이 이같은 계획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의 이광희 교수팀이 올 7월 `사이언스'지에 서로 다른 빛(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이층 구조의 고분자 유기화합물(티타늄 산화물) 소자(셀)를 통해 태양광 전기변환 효율을 6.5%로 크게 끌어올린 유기물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바탕이 됐다.
당시 이 교수팀이 개발한 유기물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기존 결정질 실리콘 방식의 태양전지 가격에 비해 20분의1 수준인데다,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등 형태가 자유로워 유비쿼터스형 IT제품의 전원 공급장치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유기물 태양전지의 효율은 미국이 5%, 일본과 유럽이 4%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내 태양전지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결과는 놀라운 연구성과이긴 하지만, 연구소 개발수준과 상용화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3년내 상용화에 대해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에 있는 A대학의 한 교수는 "이 교수팀이 개발한 유기물 태양전지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고작 0.2Cm에 불과하다"며 "상용화하려면 가로 세로길이가 1Cm는 돼야 하고, 효율도 10% 이상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기물 태양전지의 사이즈를 키우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내구성도 함께 낮아지게 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B대학 다른 교수는 "유기물 태양전지는 크기를 배로 키우면 효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데 이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조직이 끊어져서 그렇다"며 "아직 유기물 태양전지의 내구성이나 상용화를 위한 공정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하는데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과학기술원 이광희 교수는 "사이즈를 늘렸을 때 유기물 조직이 끊어져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이미 해결했고, 이를 통해 가로 세로 1Cm 크기의 유기물 태양전지 셀을 연구실에서 만들어 5∼6%의 효율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며 "저가형 유기물 태양전지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유기물 태양전지는 산화 등으로 인해 내구성이 6개월 미만으로 매우 짧았지만, 우리 연구팀은 티타늄 산화물이 내구성 저하요소인 산소나 수분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100배 더 긴 수명을 지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티타늄 산화물과 이를 통해 개발한 셀을 대량양산하기 위해 대기업(코오롱그룹)과 함께 양산공정을 개발 중"이라며 "빠르면 2010년에 초기 상용제품을 선보이고, 2012년까지 최종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해 당초 `2010년 상용화'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 교수는 2010년에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지갑형태의 유기 태양전지, 가전제품 충전용 전지, 몸이나 옷에 부착해 전원을 공급하는 웨어러블 전지, 군용 천막부착형 전지 등이 초기 상용화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그룹과 이광희교수팀의 결합이 유기물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뒤로하고 실험실의 연구논문으로 남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