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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일색 IPTV 차별화 없인 `빛 바랜 꿈`

SSD 광장 2008. 8. 24. 21:50

`장밋빛`일색 IPTV 차별화 없인 `빛 바랜 꿈`
디지털타임스  강희종  mindle@

하향전망 세계적 추세… 콘텐츠 전략등 냉정 찾아야

■정보미디어 이슈 플러스

IPTV 본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IPTV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는 다음주에 IPTV 관련 세미나가 2건이나 예정돼 있다. 기술 발전 방향이나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 전략 등이 주 내용이다.

IPTV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정부의 IPTV의 활성화 의지와 장미빛 전망 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IPTV 법제화와 상용화를 가장 큰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며칠 전 IPTV를 준비하고 있는 KT의 방송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KT는 2012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정부 출연 기관의 IPTV에 대한 전망도 화려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작년 9월 보고서에서 "IPTV의 상용화를 통한 분석 결과로 2013년 생산유발효과 12조9000억원, 부가가치 창출효과 5조8000억원, 고용창출효과 7만30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TRI는 또한 지난 14일 IPTV2.0 기술이 상용화되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8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5만4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IPTV야말로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신수종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IPTV를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내부에서조차 화려한 청사진이 아닌 객관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IPTV에 대한 전망을 보면 흡사 몇 년 전 와이브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경우도 상용화 직전까지만 해도 향후 몇 년간 수백만의 가입자와 수십조원의 장비수출효과, 수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전망을 믿고 와이브로 사업에 뛰어들었던 사업자들은 지금 정부의 예측이 냉정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해외서 IPTV 전망 낮추는 추세=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IPTV 상용화가 늦었다며 그동안 법제도화를 서둘러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작 IPTV 서비스를 늦게 시작해 국제적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조급해 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보다 앞서 IPTV 상용화했던 유럽과 미국은 어떤 상황일까. 해외에서도 IPTV 서비스 초기에는 급격히 가입자가 증가했으며 IPTV에 대한 전망도 장미빛 일색이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 시장 조사 기관이 IPTV 가입 가구수 예측치를 예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MRG에 의하면 2011년 세계 IPTV 가입자수(가구기준)는 3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수치는 양키그룹이나 MRG, In-sat 등 시장조사기관 과거 예측치의 절반 수준이다. 한 방송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높은 수준의 IPTV 이용율을 예측했으나 최근 들어 몇몇 시장조사기관에서 예측치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외 시장 조사기관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IPTV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비전과 차별화 전략 없이는 정부나 IPTV 준비 사업자가 내세우는 전망은 말 그대로 `전망'으로만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IPTV 사업자들은 IPTV가 기존 방송 시장을 잠식해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IPTV 사업자들의 준비 상황을 보면 IPTV 상용 서비스는 케이블TV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미디어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IPTV 사업자들은 IPTV의 첫 번째 성공요인으로 지상파 재송신을 꼽고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방송프로그램이 시장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외에 어떤 비즈니스 전략이 있는지 보여달라는 게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블 진영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자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콘텐츠 사업자들은 IPTV 시장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 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관계자는 "KT는 기존 케이블 SO-PP간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른 전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시장 창출 비전 제시해야=최근 KT경영연구소는 IPTV 가입자가 300만일 경우 연평균 1조6000억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향후 5년간 오프라인 학원의 30~50%를 IPTV가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업계에선 기존 케이블TV와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이 없다면 무엇으로 IPTV가 사교육을 대체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에 따라 IPTV 사업자들의 차별화 노력이 없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없을 뿐더러 기존 케이블방송 업체와 가격 경쟁만 유발, 시장을 황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저가 경쟁이 불붙게 되면 콘텐츠 사업자로 돌아갈 몫은 사라지게 돼 방송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2006년 기준 107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총 매출은 1조8467억원, 영업이익은 3474억원에 불과하다. 한 방송통신업체 사장은 "IPTV가 기존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그친다면 유료방송 사업자뿐 아니라 IPTV 사업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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