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가 여전히 고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윈도 비스타가 높은 가격의 고사양 PC에서만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다 온라인 결제, 주변기기 활용 등에서 오류가 지속되는 등 불편사항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PC 판매점에는 기존 OS인 윈도 XP로 재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S 윈도 XP로 바꿔주세요.”지난주 말 서울 용산 전자상가와 구의동 테크노마트 PC 판매점. 상가에 진열된 PC 신제품은 대부분 윈도 비스타가 아닌 윈도 XP를 채택하고 있었다. 윈도 XP로 다운그레이드하려는 고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었다. 윈도 비스타를 탑재한 PC를 사 간 고객들 중 상당수는 다시 XP로 교체해 달라며 가지고 온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우모씨(서울 송파구)는 “3D 온라인 게임 도중 버벅거림이 많아 다시 윈도 XP를 깔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며 “MS가 일단 내놓고 보자는 전략 하에 윈도 비스타를 선보인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테크노마트 PC 판매상인 김 모씨는 “윈도 비스타가 제대로 구동하려면 1기가바이트(GB) 램, 쿼드코어 프로세서 등 최신 사양의 부품을 탑재한 고가 PC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윈도 비스타가 깔린 고사양 PC에서도 게임 등 그래픽 작업이 원활하지 않아 고객 불신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윈도 비스타가 고사양 PC를 앞세우고도 윈도 XP가 돌아가는 옛 버전 제품의 컴퓨터 환경보다 못한 셈이다.
■온라인 결제 오류 등도 여전윈도 비스타 출시 초기에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 온라인 결제, 인터넷 뱅킹상 오류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한국MS 측은 온라인 결제를 위한 액티브 엑스(Active X) 윈도 비스타 버전을 출시한 이후 충돌 현상이 해결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자결제가 필요한 몇몇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윈도 비스타 사용자들에게 사용 제한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H몰은 윈도 비스타 OS에서 신용카드 결제 불가, 로그인 관련 보안모듈 설치 불안정 등 서비스 제한에 대한 팝업창(사진)을 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 사이트에서의 인터넷 뱅킹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콜센터 관계자는 “윈도 비스타 버전용 액티브 엑스를 이용할 때도 계좌이체 등 개인 인터넷 뱅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사항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국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S도 XP 미련 못 버려이런 가운데 MS는 지난 9월 윈도 XP 판매 종료 시점을 내년 1월에서 6월로 5개월 연장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버그 및 오류 교정을 위한 패치 통합인 XP 서비스팩3를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너무 앞서 간' 윈도 비스타 수요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소프트웨어 구동능력이 좋은 윈도 XP 고객을 저버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윈도 XP 서비스팩3를 대상으로 1만5000명 테스트 참가자가 성능 실험을 한 결과 기존 서비스팩2뿐만 아니라 윈도 비스타 서비스팩보다도 상당히 빠른 속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윈도 비스타 판매 기류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IT 전문 조사업체 포레스티리서치는 윈도 비스타가 주요 애플리케이션 간 상호 연동성을 보장하지 못해 미국, 유럽 주요 기업들이 해당 OS 도입을 늦추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심지어 윈도 비스타 판매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사내 데스크톱PC OS를 윈도 비스타로 바꿀 계획인 기업이 1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anyung@fnnews.com 조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