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에 음성서비스를 위한 식별번호 부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성(VoIP) 서비스가 최우선적으로 제기됐지만,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허가조건 위반으로 이 같은 논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히려, 정통부는 연말께 와이브로 사업권자인 KT와 SK텔레콤의 허가조건 미이행 여부를 판단해 이에 대한 제재조치에 나선다고 밝혀, 지난해 7월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에 버금가는 제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난 3월 와이브로 허가조건 미이행 부분에 대해 정보통신심의위원회에서 1차 경고를 한 바 있다”며 “연말까지 집행되지 않으면 절차대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와이브로가 여섯 번째 3G IMT-2000 국제표준에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에 대한 식별번호 부여 논의는 쏙 들어간 상태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와이브로에서 VoIP를 통해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밝히면서도 “WCDMA와 같이 번호자원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선 투자를 촉구하는 상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 투자이행 허가조건에 따라 올 연말까지 각각 6601억 원, 4049억 원을 집행해야 하지만 실제 투자액은 각각 71%, 43%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와이브로 커버리지 확대 계획 역시 KT와 SK텔레콤은 올 연말까지 각각 25개시, 23개시에 구축키로 했지만 KT는 10개시, 17개 대학 주변에만 구축한 상태다.
SK텔레콤은 당초 계획대로 23개시에 구축을 완료했지만 도시 전체가 아닌 핫 존 형태로 구축해 일부 지역에서만 와이브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KT는 사업허가 당시와 달리 와이브로를 HSDPA의 서비스 보완재로 규정하고 있어 커버리지 확대계획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당초 KT는 정통부에 내년까지 인구대비 약 70% 수준인 84개시로 와이브로 커버리지를 확대한다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유영환 장관은 “현재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84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고 와이브로의 번호자원 부여는 촉진책으로 좋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거듭 밝혀왔다.
오히려, 정통부가 지난해 7월 사업권 회수라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단행한 LG텔레콤과 규제형평성 차원에서 KT와 SK텔레콤에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LG텔레콤은 동기식 IMT-2000 사업허가를 받은 이후 2003년 사업개시를 1회 연장한 데 이어 최종 기한인 지난해 6월말까지 사업개시를 하지 못해 허가조건 위반을 이유로 사업권을 회수 당했다.
이와 관련, 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허가조건 위반여부에 대한 제재기준은 ‘현저히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에 나선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 경우 정책담당, 학계·연구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를 기준으로 제재하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 하반기까지 사업자들의 허가조건 이행결과를 놓고 정통부가 이를 ‘현저히 미비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태진 기자> jiny@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