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ㆍ통방융합 결합서비스 경쟁 '신호탄'
KT와 양강구도 속 LG통신 구조개편 주목
SK텔레콤이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조치보다 완화된 수준에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로 KT-KTF간 합병도 본격화되는 등 우리 통신시장의 유무선 통합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20일 상대적으로 완화된 인가조건으로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승인한 것은, 전 세계적인 유무선 통합추세를 반영하는 한편 경쟁 지향적 통신시장 구도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황금주파수 800㎒는 여전히 통신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남게됐다. 특히 이번에도 통신산업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정보통신부간의 규제철학이 충돌하면서 규제기관 일원화에 대한 지적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800㎒ 여전히 태풍의 눈〓정책심위가 800㎒ 로밍, 조기 회수 및 재배치를 인가조건에서 제외한 것은 통신사업자에게 `토지'나 다름없는 주파수를 특정 기업의 결합과정에서 개별 인가조건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파수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란 판단이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에 800㎒ 로밍 의무화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마련하고, 연말까지는 800㎒를 포함해 1㎓이하의 저주파 대역 주파수(700∼900MHz)의 회수 및 재배치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현재 700㎒(아날로그 방송), 900㎒(군ㆍ경찰 등 정부기관) 주파수는 800㎒과 같이 주파수 효율성이 좋다는 점에서 새로운 황금주파수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계획을 준비해왔지만,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이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며, 그 행보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황금주파수 800㎒ 확보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KTF와 LG텔레콤은 정책심위 결과에 대해 "당초 목적은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800㎒ 로밍과 회수 및 재배치가 공론화됨에 따라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는 2011년 6월30일 SK텔레콤의 800㎒ 사용시한 만료에 앞서, 정통부가 현재 1800만여명에 이르는 SK텔레콤 800㎒ 이용고객의 2.1㎓(3세대 서비스) 전환 계획 등을 챙겨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무선, 미디어 결합서비스 무한경쟁〓정통부는 SK텔레콤-하나로의 결합구도가 유무선 결합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결합상품 이용 강제행위 △유통망에 거래조건을 통한 결합상품 판매강제 △여타 사업자의 이동통신 결합요구 시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는 행위 △이통서비스 제공조건을 하나로와 달리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총 4가지의 결합서비스 이행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결합서비스 공정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주문한 셈이다. 유무선 통합을 기반으로 한 유무선 및 통방융합형 결합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기업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반감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SK텔레콤-하나로는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결합한 결합서비스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이미 양사는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위한 TFT를 가동, 빠르면 3월부터 이동전화와 유선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2200만 가입자에 달하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과 360만 가입자를 지닌 하나로의 유선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결합시장에서 강력한 힘의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SK텔레콤 양강구도 속 LG의 분투예상〓SK텔레콤-하나로간 통합구도는 현재 KT-KTF 합병에 무게를 두고 있는 KT그룹의 유무선 통합구도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오는 29일 주총에서 남중수 사장의 연임이 확정된 이후 3월부터 KT-KTF 합병 논의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KT그룹은 이미 SK텔레콤-하나로 유무선 통합구도가 구체화된 상황에서, KT-KTF 통합구도의 명분을 얻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SK텔레콤-하나로 통합구도를 인정한 만큼, 같은 맥락에서 KT그룹의 유무선 통합구도도 충분히 실현가능 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KT그룹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지배력과 자본력, 유통력이 하나로텔레콤과 결합될 경우, KT-KTF 이상의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KT-SK텔레콤-LG그룹 통신3사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은 KT-KTF, SK텔레콤-하나로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LG데이콤-LG파워콤 등 유선그룹과 무선기업(LG텔레콤)으로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LG그룹 통신3사로서는 유무선 통합구도에 따른 구조개편이나 통합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공정위 시정조치 강제이행〓공정위는 이날 정통부 발표에 대해 자신들의 시정조치와 권고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독자적으로 SK텔레콤과 하나로에 대해 시정조치를 강제 이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같은 공정위 입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정통부와 공정위가 `협의'하도록 돼있는 전기통신사업법(제13조7) 조항 때문이다. 협의는 말 그대로 `합의'가 아닌 만큼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과, 사실상의 합의로 구속력이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공정위는 자신들이 내린 시정조치는 법적 구속력이 있고, 권고사안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공정위 시정조치 및 금지명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공정거래법 67조 6호, 양벌규정 적용(70조))있으며, 그 이행 시까지 매일 일정한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동법 17조 3)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에 대한 이중규제와 함께, 정통부와 규제철학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최경섭기자 kschoi@ㆍ u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