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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왜 야후에 집착하나

SSD 광장 2008. 2. 16. 02:23

2008년 2월 15일 (금) 11:29   전자신문

MS, 왜 야후에 집착하나?

[쇼핑저널 버즈]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야후 측에 인수를 수차례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야후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야후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또한 구글이 크게 반발하며 흥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90년대 중반부터 PC 기반의 자산을 통해 인터넷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96년에는 ‘Best of the PC plus best of the Web'이라는 화려한 구호 아래 액티브X를 발표하며 넷스케이프의 자바원과 경쟁했고, 데스크탑과 웹을 연동하는 액티브데스크탑이라는 기술을 선보이며 넷스케이프의 컨스텔레이션과 경쟁했다. PC와 웹의 통합을 추진하며 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리려 한 것이다.

익스플로러를 앞세워 넷스케이프를 손쉽게 꺾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는 당시만 해도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상황을 살펴보면 그 예상은 틀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구글이, 인터넷 상거래 시장은 아마존과 이베이가, 제작 시장은 어도비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옛 시절을 떠올리면 현재 인터넷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은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치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웹에서도 설치형 못잖은 서비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설치형 프로그램 시장의 위축을 의미한다. 윈도우와 함께 효자 노릇을 독특히 해왔던 오피스 시장은 구글 덕스(Docs)나 Zoho 등 서비스형 오피스 프로그램에 압박받고 있다. eyeos.info, Zimbra같이 웹OS를 추구하는 업체들도 호시탐탐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경쟁자는 SUN이었다. SUN은 자바를 앞세워 네트워킹 컴퓨팅(NC, Networking computing) 세상을 꿈꿔왔다. 네트워킹 컴퓨팅 세상에서 컴퓨터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단말기 역할만 할 뿐이며 나머지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 지금 바로 그런 세상이 열리고 있다. 별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만 있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기에 차세대 웹 플랫폼을 개발한다거나 야후 인수 등 갖가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왜 야후인가?

가장 큰 이유는 야후가 알렉사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트래픽 1위의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세계 1 위 아닌가요?’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글은 수익률이 좋은 검색 부문에서 야후보다 점유율이 높을 뿐이다. 매출액이 1위인 것은 맞지만 트래픽까지도 1위는 아니란 뜻이다.

조중혁 씨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 16. garbage(www.doimoi.net)를 운영중이며 96년부터 각종 미디어에서 IT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하나포스의 동영상 사이트인 앤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야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메일과 뉴스 서비스가 트래픽의 중심축을 받치고 있다. 이 점에서 야후 트래픽의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후가 갈수록 추락하는 이유는, 야후의 수장들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며 잦은 경영적 오판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후는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창업자이자 CEO인 제리 양은 인터뷰에서 “검색 기술을 개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수차례 이야기 한 바 있다. 구글에서 검색 엔진을 받아서 쓰던 야후는 90년대 말까지 검색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했던 것이 사실이다.

구글이 무섭게 성장하자 뒤늦게 잉크토미 등을 인수하며 대책을 마련하려 했으나 이미 판도를 뒤바꾸기에는 늦은 상태였다. 제리 양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고 새로운 CEO로 테리 세멜이 등장하지만 그 역시도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야후의 핵심 역량과는 무관한 곳에 투자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임했다.

최근 제리양이 다시 돌아 왔으나 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파나마 프로젝트 등 핵심 사업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야후의 주주들과 이사진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락하는 야후를 하루라도 빨리 수렁에서 건져 낼 대안을 고대하고 있다. 야후는 공식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거절 사유는 인수 금액이 적다는 이유였다. 이는 금액을 올려 받을 수 있다면 수용할 의사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면, 그들이 PC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자산을 온라인화하고 배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야후라면 배포 역시 순식간에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하다. 이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당연히 구글이 아니겠는가.



조중혁 IT칼럼리스트(doimoi00@gmail.com)